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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평론가]누군가 내게 평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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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nion Date 25-07-19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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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평론가]누군가 내게 평론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 답할 테다. 근 20년 가까이 영화와 책에 평을 붙여오며 잊은 적 없는 원칙이 바로 이것이다. 문 너머 다른 공간이 있단 걸 알도록 하는 일, 가끔은 골방인 줄 알았던 작품이 거실이며 부엌 딸린 널찍한 집이 되도록 하는 것이 평을 쓰는 이의 업이라고 나는 믿어왔던 터다. 읽는 이로 하여금 작품에 대한 이해를 넓고 깊게 하는 일, 그것이 아니라면 구태여 평을 쓰고 읽을 이유가 있을까.유달리 평이 간절한 영화가 있다. 다른 공간을 열어주는 문이 단단히 잠겨있는 경우겠다. 읽어내기 쉽지 않은 상징이며 문법, 좀처럼 견디기 어려운 러닝타임이 하나하나 자물쇠의 역할을 한다. 관객이 평이하게 문을 넘지 못하도록 자물쇠를 잠그고 문턱을 높이는 일이 그대로 영화의 특색이 되는 작품도 이따금은 있는 것이다. 이럴 때면 영화와 얽힌 온갖 정보, 이를테면 감독과 작가, 스태프며 배우들의 인터뷰, 또 평론 따위가 상당한 도움이 되고는 한다.<사탄탱고>가 꼭 그런 영화일 수 있겠다. 438분, 무려 7시간 18분에 이르는 긴 영화는 그저 길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작품이다. 2011년 <토리노의 말>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헝가리 출신 감독 벨라 타르의 역작으로, 특유의 롱쇼트와 느린 전개가 맨 정신으로 러닝타임을 버텨낼 수 없도록 한다는 악명을 낳기도 했다.그저 긴 영화만을 말하자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1900>이라거나, 왕빙의 <철서구>, 하마구치 류스케의 <해피 아워>, 자크 리베트의 <아웃 원> 같은 작품이 유명하다. 아예 며칠이고 지속되는 극단적인 실험영화도 있을 테고,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처럼 이어붙이면 그대로 한 편의 장대한 서사시가 되는 작품도 긴 영화라 부를 수가 있겠다.극장상영 기준 1시간30분 내외의 통상적인 장편영화 러닝타임을 완전히 벗어나는 영화들, 이들은 어째서 그만큼의 긴 시간을 필요로 했을까. 관객과 극장, 제작자의 요구에 따라, 또 경향에 발맞추려는 의도에서 양식화되고 최적화된 매체의 틀을 어떤 작가는 아무렇지 않게 벗어버리고는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부터 작가의 선택은 시작된다.시네필의 문지기, '사탄탱고'가 무엇이길래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곧 [서울경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지난달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후 전 세계 1위의 시청 시간, 수록곡의 빌보드 차트 석권, 등장한 먹거리·패션 및 챌린지 댄스의 유행 등 연일 신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사자보이즈’와 경쟁하며 악마와 싸우는 내용은 한국의 무당과 굿을 모티브로 한 탄탄한 세계관을 이뤘고 콘서트장 배경으로 등장한 ‘일월오봉도’와 조연처럼 눈길을 끈 호랑이와 까치의 ‘호작도’는 한국 문화에 대한 더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주인공 루미와 진우가 고즈넉한 북촌 한옥마을에서 ‘프리(Free)’를 부르며 공감하고 낙산공원 서울 성곽길을 누비던 장면은 역사와 첨단이 공존하는 서울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최신 애니메이션 덕분에 옛집들을 새삼 다시 보게 됐다. 미술관이나 기념관으로 다시 태어나는 예술가의 옛집들 이야기다. ━ 평생 영롱한 물방울을 그린 ‘물방울의 화가’ 김창열(1929~2021) 화백이 별세한 후 그의 평창동 자택을 미술관으로 만들자는 주장이 급물살을 탔다. 화가의 유족은 작품 390점과 생전에 사용한 가구·화구 등 총 2219점의 자료를 서울 종로구에 기증했다. 구는 이 집을 매입해 ‘김창열 기념관’을 조성하기로 했다. ‘김창열 화가의 집’은 2023년 5월 ‘서울시 우수건축자산’ 제13호로 등록됐다. 서울시의 우수건축자산 등록 제도는 역사적·예술적·경관적 가치를 갖는 옛 건축물의 보존을 지원함으로써 도시 브랜딩을 강화하고자 제정됐다. 평안남도 맹산이 고향인 김창열은 실향민이었다. 전쟁통에 동생도 잃었다. 미국을 거쳐 프랑스로 가 마구간을 화실 삼아 그림을 그리던 그가 이뤄낸 ‘물방울’은 피·땀·눈물을 거르고 걸러낸 결정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랬던 작가가 귀국을 결심하고 살 집을 수소문하자 후배 화가 윤명로(1936~)가 평창동을 권했다. 김창열은 1984년 건축가 우규승(1941~)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우 건축가는 하버드대 대학원 기숙사, 88서울올림픽 선수촌아파트, 환기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등의 작업으로 유명하다. 김창열의 평창동 집이 우수건축자산이 된 것은 화가의 삶과 건축가의 업적이 합쳐져 형성한 역사적·예술적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