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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책 │조경란 작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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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ans339 Date 25-08-0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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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상위노출 나의 첫 책 │조경란 작가의 ‘식빵 굽는 시간’5년간 책만 읽다 뒤늦게 대학 진학해 등단‘다시 방에 갇힐라’ 다닌 제빵학원서 ‘운명적 착상’라일락꽃 핀 보름 동안 500매 쓰고 마친 ‘20대’내년 등단 30돌을 맞는 조경란(56) 작가. 1996년 단편 ‘불란서 안경원’으로 신춘문예 등단한 뒤 ‘제1회 문학동네 작가상’에 공모해 뽑힌 장편 ‘식빵 굽는 시간’이 그의 첫 단행본이다. 당시 김영하 작가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공동 수상했다. ©한정구, 작가 제공지난해 이맘때는 하양에 있었다. 여름휴가를 보내러 갔는데 한여름의 대구를 경험하기는 처음이었다. 친구의 빈 아파트 거실에는 에어컨이 없고 천장 구석에 선풍기만 하나 달려 있었다. 뭔가 좀 자신 없어 하며 거실 테이블에 교정지 봉투를 올려둔 채 계속 에둘러 다녔다. 봉투에는 한 출판사의 ‘한국문학전집’으로 재출간 예정인 ‘식빵 굽는 시간’ 재교지가 들어 있었다. 진짜 문제는 습도와 더위가 아니라, 나는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가만가만히 ‘첫 책’을 피해 다닌 셈이다. 이십대에 쓴 책을 오십대의 눈으로 다시 읽는 일은, 매달렸으나 실패하고 만 첫사랑을 분석하고 들여다보는 일처럼 느껴진달까. 서툴고 미성숙해서 첫 장부터 새로 쓰고 싶은 소설. 그러나 이건 그저 지금의 마음일 뿐이고, 그때 1996년 5월1일에 “당신, 이제 당신에게 식빵 이야기를 하고 싶어”라는 첫 문장을 쓰던, 문학에 진심이고 매진하고 싶었던 스물여덟의 내 일부를 오래 잊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며칠 후 선풍기를 탁 틀어놓고 테이블에 앉아 봉투를 열었다.이십대는 힘도 들었지만 인생에 변화가 가장 컸던 시기이기도 했다. 짧게 말하면 히키코모리에서 작가로 등단, 첫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으니까. 좀 길게 말하기 시작하면, 오년 동안 집에서 책만 읽다가 스물여섯살에 대학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는데 그제야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덜컥 생겨버려 읽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졸업을 앞둔 해에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었다. 드디어 작가로 거대하고 아름다운 세계에 발 디디게 되나 싶었는데 사방이 조용했다. 이렇게 지내다간 도로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말 것 같아 동네 제빵제과학원에 등록했다. 반죽을 매만지다가 어떤 생각이 스쳤다. 빵 굽는 여자, 가족, 정체성, 사랑. 그 당시 정기구독하던 신생 문예지에서 제1회 신인 작가상 모집 공모를 보았다. 염두에 뒀던 키워드들, 저절로 떠올라 한번도 바뀐 적이 없던 ‘식빵 굽는 시간’이라는 제목이 없었다면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공모 마감이 5월 마지막 날이었다. 제빵사 시험나의 첫 책 │조경란 작가의 ‘식빵 굽는 시간’5년간 책만 읽다 뒤늦게 대학 진학해 등단‘다시 방에 갇힐라’ 다닌 제빵학원서 ‘운명적 착상’라일락꽃 핀 보름 동안 500매 쓰고 마친 ‘20대’내년 등단 30돌을 맞는 조경란(56) 작가. 1996년 단편 ‘불란서 안경원’으로 신춘문예 등단한 뒤 ‘제1회 문학동네 작가상’에 공모해 뽑힌 장편 ‘식빵 굽는 시간’이 그의 첫 단행본이다. 당시 김영하 작가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공동 수상했다. ©한정구, 작가 제공지난해 이맘때는 하양에 있었다. 여름휴가를 보내러 갔는데 한여름의 대구를 경험하기는 처음이었다. 친구의 빈 아파트 거실에는 에어컨이 없고 천장 구석에 선풍기만 하나 달려 있었다. 뭔가 좀 자신 없어 하며 거실 테이블에 교정지 봉투를 올려둔 채 계속 에둘러 다녔다. 봉투에는 한 출판사의 ‘한국문학전집’으로 재출간 예정인 ‘식빵 굽는 시간’ 재교지가 들어 있었다. 진짜 문제는 습도와 더위가 아니라, 나는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가만가만히 ‘첫 책’을 피해 다닌 셈이다. 이십대에 쓴 책을 오십대의 눈으로 다시 읽는 일은, 매달렸으나 실패하고 만 첫사랑을 분석하고 들여다보는 일처럼 느껴진달까. 서툴고 미성숙해서 첫 장부터 새로 쓰고 싶은 소설. 그러나 이건 그저 지금의 마음일 뿐이고, 그때 1996년 5월1일에 “당신, 이제 당신에게 식빵 이야기를 하고 싶어”라는 첫 문장을 쓰던, 문학에 진심이고 매진하고 싶었던 스물여덟의 내 일부를 오래 잊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며칠 후 선풍기를 탁 틀어놓고 테이블에 앉아 봉투를 열었다.이십대는 힘도 들었지만 인생에 변화가 가장 컸던 시기이기도 했다. 짧게 말하면 히키코모리에서 작가로 등단, 첫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으니까. 좀 길게 말하기 시작하면, 오년 동안 집에서 책만 읽다가 스물여섯살에 대학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는데 그제야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덜컥 생겨버려 읽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졸업을 앞둔 해에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었다. 드디어 작가로 거대하고 아름다운 세계에 발 디디게 되나 싶었는데 사방이 조용했다. 이렇게 지내다간 도로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말 것 같아 동네 제빵제과학원에 등록했다. 반죽을 매만지다가 어떤 생각이 스쳤다. 빵 굽는 여자, 웹사이트상위노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