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분무기에 물을 담아 분사한 후 조심스레 창
Page Info
작성자 sans339
Date 25-07-30 23:35
내용
쿠팡퀵플렉스
아침이면 분무기에 물을 담아 분사한 후 조심스레 창문을 열수 있었고 창틀의 각종 벌레 사체들을 정리했다. 일주일가량은 그리 지냈고 이제 편하게 문을 연다. 밤에도 그 녀석들은 침입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꾸만 그들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실례하겠습니다." 두 분이 거실로 들어섰다. 아들의 손에 든 살충제를 한 번, 천정 소방 시설을 한 번 보시고는 나를 본다. 왠지 모르게 위축되는 기분. 뭔가 잘 못한 게 있구나 싶은.손으로 퇴치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 아들은 거실로 나가 손을 씻고 에프킬라(살충제)를 들고 나타났다. .닫히는 문을 향해 '그래, 느끼겠지, 다 아는 거야. 어떻게 모르겠어 엄마 맘을.' 부질없이 자체 해석을 해본다. 식탁 불빛 아래 다시 앉았다. 갑자기 아들 방 쪽에서 '탁!' '탁!' 무엇인가를 두드리는 듯한 굉장히 큰 소리가 연거푸 들려왔다.블루투스 이어폰을 낀 채 씩 웃으며 "안녕히 주무세요~" 한다. '인사는 잘 하지, 일찍 자면 좀 좋아! 매일 밤 같은 말을 들으면 너도 듣기 싫을 테고 엄마 말은 잔소리가 돼서 힘을 잃고, 대체 왜 ....'라고 효용 없는 말이 쏟아질 것 같아 다문 입술을 지켰다. 하지만 무언의 메시지가 시선으로 전송된걸까, 다 알아들은 듯 또 씩 웃으며 손까지 들어 중첩 인사를 하고는 방으로 사라지는 녀석.사슴벌레식 문답법.평소에도 잘 때 무섭다고 시끄럽다고 창문을 절대 열지 않는 딸아이 방은 그날 밤 러브 버그 테러에서 안전지대였다. 고양이 둘을 딸 방으로 피신 시켰다.러브 버그는 어떻게든 어디로든 들어와."엄마! 거실은요? 거실은 괜찮아요?" 둘이 동시에 거실로 나왔다.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대체 어디로 언제 들어온 건지, 생각지도 못한 곳들에 얌전히 붙어 있었다. 심지어 어떤 곳에는 주변 색과 잘 어우러져 무늬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연기 감지 센서에 대한 설명을 다시 들어야 했다. 난 러브 버그 때문이라고 구차한 변명을 했지만, 귀담아듣는 것 같지 않았다. 그저 관리실 직원 아저씨의 주의에서 조금 더 높은 버전의 훈계를 들었달까.죄송한 마음이 절로 들게 하는 표정으로 아저씨들은 퇴장하셨다. 현관에 서서 한 번 더 당부하시고는 문밖으로 사라지셨다.벌레를 발견하면 흥분하여 폴짝 폴짝 적극적인 포획 활동은 하나 늘 실적이 전무한 구찌와 루이혐오감과 공포스러움을 불러일으켰던 존재에게 연민에 가까운 감정이 드는 건 왜지. 복잡하게 만드는 녀석들이다.우리는 어떻게든 이렇게 됐어.문을 열자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아이가 벌레와 사투 중이었다. 옷장 문을 반 이상 점령한 그 녀석들은 느긋해 보였고 그보다 몇 백배(?)쯤 커다란 인간은 혼비백산한 꼴이었다. 압도적인 숫자는 상대방을 위축시키기 마련.얼마 전 읽었던 단편 소설집<각각의 계절>속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어떤 소설을 쓸 거야?천정에 달린 동그란 설치물을 가리키시며 "혹시 저 주변에 살충제 뿌리셨나요?"간밤에 우리에게만 일어난 일인지 검색도 많이 해봤다. 비슷한 일들이 일대에서 속속 일어났던 모양이다.유리를 통해 내다보니 잔뜩 들어와서 방충망과 닫힌 유리창 안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어디로 들어오는 건지. 속수무책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나 보다 싶은.사슴벌레를 대변하는 듯한 이 말이 이상하게 콕 박혔다.산과 인접한 도심지역에 출몰한다는 러브 버그는 은평구 일대에서 시작하여 서대문, 마포로 퍼져나가는 추세라고 한다. 서대문에 거주하면서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었고 무척 당황스러웠다.아들은 다음 날 학교에서 간밤의 일을 이야기했는데 아무도 믿지 않았다고 한다. 에프킬라 뿌렸다고 119 출동? 꿈꿨냐며."잠깐 실례하겠습니다!" 다들 피곤한 기색으로 들어서신다.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어 따라 들어갔다.'아니 갑자기 이런다고?! 매일 방충망을 의지해 문을 열고 지냈는데, 오늘 밤에 이렇게 갑자기? 왜? 게다가 16층인데? '자정이 가까운 시각, 고1 아들이 욕실에서 씻고 나왔다. 일찍 재워 조금이라도 키를 더 키워보려는 나의 의도를 역시나 깔끔히 지워버리는 녀석을 난 조금 째렸다.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아까 관리실 직원분이 오셨다 가셨는데 119는 안 오셔도 된다 말해 보았다. 신고 접수된 건은 출동해야 한단다. 오분도 안 된 것 같다. 1시가 넘은 시각 초인종이 울린다. 월패드를 보니 제복과 헬멧을 완장한 대원이 한두 분도 아니고 대여섯 분이 화면을 꽉 채워 서 계신다. 맙소사! 난리도 이런 난리가.갑자기 어린 시절 보았던 한 영화가 떠올랐다. 깃털 전체가 하얗고 오묘하게 까만 눈을 한 예쁜 새 한 마리가 등장한다. 새는 가볍게 이리저리 날고 가끔씩 앉으며 사람들의 오후 풍경을 더욱 평화롭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미소 짓는 사람들 사이로 예쁜 새가 또 한 마리 날아든다. 또 한 마리, 또 한 마리, 미소가 동요로 바뀌는 순간은 짧았다. 엄청난 수의 새가 차 안으로, 집안으로 침입하고 사람들을 부리로 공격하여 피를 본다. 섬 득했던 영화다. 새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기도 했던, 예쁜 존재 이면의 잔혹성을 무의식중에 맛보았던, 다소 충격적인 영상이었다.하염없이 주시하는 천정, 촉은 좋은데 말이다 ^^테러 :폭력을 써서 적이나 상대편을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눈앞의 현실로 돌아온 나. 조금 멍하다. 아들의 저 길고
쿠팡퀵플렉스